시 산책[Poem]

신록--- 서정주

물오리 2017. 4. 28. 13:35


어이 할꺼나

아,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
남 몰래 혼자서 사랑을 가졌어라


천지엔 이미 꽃잎이 지고
새로운 녹음이 다시 돋아나
또 한번 날 에워 싸는데


못 견디게 서러운 몸짓을 하며
붉은 꽃잎은 떨어져 내려
펄펄펄 펄펄펄 떨어져 내려


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
신라 가시내의 숨결과 같은


풀밭에 바람속에 떨어져 내려
올해도 내 앞에 흩날리는데
부르르 떨며 흩날리는데


아, 나는 사랑을 가졌어라
꾀꼬리처럼 울지도 못할
기찬 사랑을 혼자서 가졌어라