시 산책[Poem]

집 비운 사이 ---최은숙

물오리 2017. 7. 13. 17:05

 

 

입원한 어머니 속옷 챙기러 친정에 갔는데

집 비운 사이

산고양이 내려와 몸 풀었던지

마루 귀퉁이에 새끼 고양이 두 마리

곰실거리고 있다

곤한 해산을 지켰던 것일까

마루 앞까지 다가와 까치발 세운 건 강아지풀

던져 둔 땔감나무에 돋아난 버섯과

펌프우물가의 푸른 이끼며

삭아 내리는 것만 같은 삶 어디에

생명의 씨톨 깃들었던 것일까

처마 아래 삼줄 드리운 빗소리

눈물이 난다